검찰청이 사라졌다.
2026년 10월 2일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검찰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그리고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공소청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열렸다.
박철우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은 보완수사권 폐지와 공소청 전환에 대해 착잡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검찰 출신 고위 간부가 기존 제도의 소멸을 아쉬워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것은 검찰 간부의 심경이 아니다.
검찰청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형사사법제도가 들어섰으며, 그 제도가 과거보다 더 공정하게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기관 이름을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권한의 집중을 해소하고, 그 권한이 다시 특정 기관으로 몰리지 않도록 만드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
검찰청 폐지, 중요한 것은 간판이 아니라 권한이다
과거 검찰은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에 걸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이러한 권한 집중은 복잡한 범죄에 대한 전문적 대응이라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정치적 중립성과 권한 남용을 둘러싼 오랜 논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특히 수사의 방향을 정하고 기소 여부까지 판단하는 구조에서는 권한을 견제할 수단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공소청 출범과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역할을 분리하려는 제도적 선택이다.
나는 이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이유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약화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기관이 가진 권한을 분산시켜 잘못된 판단을 견제하고, 형사사법체계 전체의 책임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의 성패도 조직의 권한이 얼마나 남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가 얼마나 더 충실하게 보호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쟁, 무엇을 봐야 하나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폐지에 비판적인 쪽에서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수사에 오류나 누락이 있을 때 검사가 직접 보완하지 못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거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를 무조건 무시할 이유는 없다.
수사기관의 오류로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범죄 혐의를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개혁의 취지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문제의 해법이 검사의 직접수사 권한을 되돌려주는 데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핵심은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는 형사사법체계에서도 수사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실효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재수사 요청과 불송치 사건 심사, 수사기관 사이의 기록 전달, 이의신청과 사법적 통제 등 여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경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른 수사기관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그 기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의 권한 집중 구조로 돌아가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방법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공소청이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공소청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중요한 이유는 신설 조직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입증해야 한다.
충분한 증거가 없는 사건을 무리하게 기소하지 않는 것, 반대로 증거가 확보된 중대한 범죄를 소홀히 다루지 않는 것, 공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와 유리한 증거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 모두 중요하다.
기소권은 여전히 막강한 국가권력이다.
수사권이 분리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소권 행사의 공정성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소청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기소 판단에 대한 검증, 부당한 지휘나 압력에 대한 통제 장치 역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과거의 검찰권 남용 논란이 다른 형태로 반복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개혁의 과제다.
정치권도 개혁의 성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다. 그러나 법률이 시행됐다고 해서 정치권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사건 처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 사이에서 사건이 장기간 머무르는지, 피해자의 이의제기가 제대로 처리되는지, 중요 범죄 수사에 공백이 발생하는지 등을 실제 자료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사건 처리 기간과 재수사 요청 현황, 공소유지 성과, 피해자 구제 절차의 실효성은 앞으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한 항목이다.


개혁을 추진한 정치세력은 제도적 성과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개혁에 반대한 정치세력 역시 제도상의 문제를 구체적인 근거와 대안으로 제시할 책임이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진영이 이겼느냐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과거보다 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다.
검찰개혁의 완성은 이제부터다
검찰청이 사라진 것은 한국 형사사법제도 역사에서 중대한 변화다.
그러나 조직의 해체나 명칭 변경 자체를 개혁의 최종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공소청과 수사기관들이 각자의 권한 안에서 책임 있게 일하고, 서로를 견제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보호할 때 비로소 제도 개편의 의미가 살아난다.


필자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중요한 것은 과거의 권한을 얼마나 되찾느냐가 아니라, 새로운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어떻게 바로잡느냐다.
10월 19일 공소청 첫 국정감사는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검찰청이라는 간판은 사라졌다. 이제 국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그 간판 뒤에 존재했던 권력 행사 방식까지 바뀌었느냐는 사실이다.
검찰개혁은 끝났다는 선언보다 앞으로의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참고 자료
이 글은 공개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사 해설 칼럼으로, 제도에 관한 평가는 필자의 의견입니다.